내가 지금까지 나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며 해왔던 모든 행동들이,
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은 채
높고 단단한 벽을 쌓아 올리는 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.
그 벽은 단순히 두려움 속에서 만들어낸 구조물이 아니었다.
나만의 신념이었다.
내가 옳다고 믿고,
버틸 힘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했던 내 안의 방어기제였다.
나는 그 신념 속에서 나를 지켜내려 했고,
다른 이들의 시선이나 상처가 닿지 못하도록 나를 고립시켰다.
그 신념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,
결국 나를 가두는 감옥이 되고 말았다.
누구도 넘을 수 없도록 쌓아 올린 그 벽 안에서,
나는 홀로 고독 속에서 싸우고 버텼다.
시간이 지나며 나는 깨달았다.
그 벽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기보다는
오히려 나를 외롭게 하고,
세상과 나 자신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.
벽 뒤에 있던 나의 내면은 강했다.
아무도 모르게 모든 고통과 두려움을 감당하며 꿋꿋이 버텼다.
그러나 그 강함은 나를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.
누군가 그 벽을 넘어서 내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,
내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연약한지를 들킬까 두려웠던 것이다.
그 벽이 단지 나를 보호하려는 신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.
내가 오랫동안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,
사실은 외로움과 두려움 위에 쌓아 올린 껍질에 불과했다는 깨달음은
내 안의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.
하지만 이제 나는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.
그 벽을 허물며,
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했던 것은
타인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가 아니라
그 다름 속에서 드러날 내 부족함과 연약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.
그 안에 숨겨져 있던 내 진짜 모습을 마주하며,
흔들림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,
그것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
나를 알아가는 과정임을 알고 있다.
이제는 그 신념마저도 내려놓고,
다름과 부족함을 받아들이며
조금씩 더 나다운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.
그 벽을 쌓아 올렸던 나의 강함도,
그 벽을 허물고 있는 지금의 나도,
모두 내가 살아온 시간의 일부로 받아들이며.